영어 못하는 엄마 아빠, 아이와 세계 여행 무사히 마친 비법 공개

영어 울렁증, 세계 여행의 가장 큰 벽인가요?

"세계 여행을 떠난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물었던 질문은 "영어는 잘해?"였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학창 시절 내내 영어가 가장 싫었고, 남편은 외국인 앞에서면 얼굴부터 빨개지는 전형적인 '영어 울렁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제대로 주문할 자신도 없는데, 아이를 데리고 1년 동안 낯선 땅을 여행한다니. 스스로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누군가 제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제 대답은 이것입니다. "네, 영어를 거의 못했지만 아무 문제 없었고, 오히려 더 즐거웠습니다."

믿기지 않으시나요? 이 글은 '영알못' 엄마 아빠가 7살 아이를 데리고 세계 여행을 무사히, 아니 아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3가지 생존 비법에 대한 모든 것입니다. 영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모든 가족에게, 이 글이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국심사 때 뭐라고 하지?" - 떠나기 전, 나를 옭아매던 영어 공포증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짐 싸기도, 루트 짜기도 아닌 바로 '영어'였습니다. 서점에 가서 '이것만은 알고 가자! 여행 영어' 같은 책을 사서 밑줄까지 쳐가며 외웠습니다.

  • "How long will you be staying?" (얼마나 머무를 예정인가요?)
  • "I'm here for sightseeing." (관광하러 왔습니다.)
  • "Could you take a picture of us?"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하지만 막상 비행기가 이륙하고, 입국 신고서를 쓸 때가 되자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심사관이 책에 없는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음식점에서 주문을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온갖 부정적인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영어는 저에게 소통의 도구가 아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영어'가 아닌 '이것'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3대 생존 도구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강력한 생존 도구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의 1년을 책임져 준 3가지 비법을 소개합니다.

 1: 내 손안의 통역사, '번역기 어플' 200% 활용법

이제는 누구나 아는 방법이지만, 이 번역기 어플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집니다. 저희는 단순히 단어를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 번역기를 저희의 입과 귀처럼 사용했습니다.

  • 음성 통역 기능 (대화 모드): 현지인과 대화가 필요할 때, 주저 없이 번역기 앱을 켜고 마이크 버튼을 눌렀습니다. 태국 약국에서 아이의 증상(콧물, 기침, 미열)을 설명할 때, 저는 한국어로 말하고 번역된 태국어를 약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약사는 태국어로 말했고, 그것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제게 들렸습니다. 놀랍게도,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 카메라 번역 기능 (사진 모드): 유럽의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가득한 레스토랑 메뉴판, 박물관의 설명서, 마트의 상품 성분표 앞에 섰을 때, 카메라 번역 기능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앱을 켜고 카메라를 메뉴판에 비추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글자들이 즉시 한국어로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거나'를 주문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 가장 중요한 팁: 번역기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문장을 최대한 짧고 간단하게, 주어와 동사를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이 근처에 아이와 함께 갈만한 괜찮은 식당이 있을까요?" 보다는 "아이. 식당. 어디? (Baby. Restaurant. Where?)" 처럼 핵심 단어 위주로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게 번역됩니다.


 2: 만국 공용어, '바디랭귀지'와 '표정'의 힘


번역기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순간들, 혹은 번역기를 켜기조차 애매한 상황에서는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소통 방식이 빛을 발합니다. 바로 '바디랭귀지'와 '표정'입니다.

이탈리아의 한 재래시장에서 치즈를 사고 싶었을 때의 일입니다. 수십 종류의 치즈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냥 환하게 웃으며 점원과 눈을 맞춘 뒤, 가장 맛있어 보이는 치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엄지와 검지로 '조금만'이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점원은 유쾌하게 웃으며 완벽한 양의 치즈를 잘라주었습니다.

미소는 "나는 당신에게 호의적입니다"라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길을 물을 때도 미안한 표정으로 지도를 가리키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도와주려 노력했습니다. 단어 몇 개 아는 것보다, 진심이 담긴 표정과 적극적인 손짓이 때로는 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었습니다.


3: 아이라는 최고의 '아이스 브레이커'


저희가 가졌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7살 아들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최고의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였습니다.

스페인의 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아들이 현지 아이의 장난감을 신기하게 쳐다보자 그 아이의 엄마가 먼저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저희는 유창하게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저 아이들을 보며 함께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교감이 이루어졌습니다.

낯선 식당에 들어가도 아이를 보고 먼저 미소 지어주는 사람들, 서툰 저희의 주문을 더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는 직원들. 사람들은 어른에게보다 아이에게 훨씬 더 관대하고 친절했습니다. 아이가 서툰 발음으로 현지 인사 "올라!", "사왓디캅!"을 외칠 때마다, 차가웠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녹아내렸습니다.


영어를 못해서 '더' 좋았던 역설적인 순간들


여행이 끝나고 돌이켜보니, 영어를 못했던 것이 오히려 우리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영어를 잘했다면, 아마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 대신 휴대폰 지도만 쳐다봤을 겁니다. 번역기의 도움 없이 쉽게 주문하고 계산했겠죠.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저희는 더욱더 간절하게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계적인 정보 교환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을 알려주다 못해 목적지까지 직접 데려다주었던 포르투갈의 할아버지, 저희 가족의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주던 뉴욕의 청년. 그들의 친절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마무리: 가장 큰 장벽은 '영어'가 아니라 '두려움'입니다.


아이와 함께한 1년의 여행은 제게 확신을 주었습니다. 세계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것을요.

세상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가 훨씬 더 많고, 그들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우리에게는 똑똑한 번역기 어플이 있고,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미소와 바디랭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무는 아이의 순수한 웃음이 함께합니다.

영어라는 벽이 여러분의 가족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것을 가로막게 두지 마세요. 일단 떠나면, 생각보다 세상은 훨씬 더 친절하고 소통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혹시 영어에 자신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만의 생존 꿀팁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